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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집 근처 공원을 지나가는 길

남루한 차림의 한 할머니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느낌에

가던 걸음 느리게  눈을 마주치는데

기괴한 웃음, 가래 끓는 목소리로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중풍환자, 관절, 무좀 발.'


3년이 흐른 2011년 11월

퇴행성 관절염과 무좀 초기증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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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면 상자가 나온다.
상자 안에는 그보다 조금 작은 상자가
그 안에는 그보다 조금 작은 상자가 있다.

그런 거 본적 많잖아? 아무튼.

마냥 연다.
점이 되버려라 중얼대며 아주 그냥 쉬지도 않고 연다.
어떨 때면 종이학 한 마리쯤 나와 윙크해줘도 괜찮겠다 싶다.

그러다 어느 땐가 부터 뒤집힌 상자가 나오기 시작한다.
밑상자에 꽈아악 껴서 도무지 빼내기가 지랄 맞은.
손톱 끝이 다 깨져버리고 상자도 흉하게 찌그러져버린다.
어쨌건 계속 연다 .
열려라 참깨 열려라 참깨 이러면서.

무언가를 여는 이유는 안이 궁금하기 때문이겠지.
심지어 마음조차도.
하지만 여는 데에만 정신 팔리면 이걸 왜 열고 있는지를 까먹게 되거든.

나는 상자의 크기가 딱 왕소금만해졌을 때쯤 그걸 알았다.

디스 이즈 마이 퍼스트 러브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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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김에 무뎌진 만큼 마냥 무뎠으면 좋을 것을

오밤중에 슬금슬금 뒷덜미 간질이는 얄미운 생각들

풀벌레야 그만 낄낄대라 가을 온 거 나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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